'명품'이라 하면 흔히 가방이나 시계를 떠올리지만, 파리에선 거리가 명품이고, 사람들의 시선과 여유가 명품이었다.
단 며칠,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파리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파리지앵’처럼 살아보려 했다.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일상에 녹아든 사람의 발걸음으로.
유럽여행의 시작을 파리에서 했고, 돌고 돌아 파리에서 끝냈기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1. 에펠탑과 센강, 파리의 심장 위를 걷다
파리를 처음 마주한 순간은 에펠탑 앞이었다. 너무 익숙한 풍경인데도, 실제로 눈앞에 서 있으니 현실감이 없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산책하던 그 순간이, 이 도시에 진짜 왔다는 걸 실감하게 해 주었다.
센강 주변은 산책하는 커플, 강가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반려견을 데리고 달리는 이들까지.
나는 그들과 함께 리듬을 맞춰 천천히 걸었다. 에펠탑 야경은 유럽여행이 끝나갈 무렵 파리에서 아웃하기 전에 보았다.
📌 에펠탑 전망 꿀팁: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보는 뷰가 가장 아름답다. 일몰 무렵 가면 로맨틱한 황금빛 파리를 감상할 수 있다.







2. 개선문과 샹젤리제, 파리의 클래식함에 스며들다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개선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도시의 고전미는 정말 다르다.
분명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였지만, 도로 한가운데 우뚝 선 개선문은 그 자체로 위엄 있었다.
거리엔 명품 매장과 카페가 이어졌지만, 나는 그저 천천히 창 너머를 바라보며 ‘이곳에서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 팁: 명품 쇼핑이 목적이라면 라파예트 백화점이 더 다양한 브랜드와 할인 혜택이 많다.









3. 라파예트 백화점, ‘사는 것’보다 ‘사는 듯이’ 바라보기
갤러리 라파예트에선 굳이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천장을 올려다보는 순간, 이 공간은 이미 예술이었다.
화려한 유리돔 아랫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나는 그 속에서 그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 팁: 백화점 옥상 루프탑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숨은 포토 스폿이다.








4.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의 감성과 고전이 만나는 곳
노트르담 대성당 옆, 앙리 4세 다리를 건너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보인다.
고서 냄새, 낡은 책장,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는 손들… 모두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바로 옆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아직 복원 중이었지만, 웅장함은 여전했다.
고딕 양식의 첨탑과 장미 창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5. 예술을 품은 거리, 스트라빈스키 분수와 몽마르트
스트라빈스키 분수는 마치 현대예술을 거리로 끌어낸 공간이었다.
분수의 알록달록한 조형물들이 물줄기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고, 바로 옆의 퐁피두센터는 미래적인 외관으로 그 자체가 전시물 같았다.
그 후 몽마르트 언덕을 올랐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내부에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졌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파리 시내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팁: 몽마르트 언덕 아래 골목에는 실력 있는 거리화가들이 많다. 단순한 기념품보다 감성적인 추억이 될 수 있다.









6. 팡테옹과 뤽상부르 공원, 파리의 고요함에 기대어
화려함 뒤에 숨겨진 파리의 지성, 팡테옹. 이곳은 프랑스 위인들이 잠든 곳으로, 비록 짧게 스쳐 지나갔지만, 묵직한 기운이 느껴졌다.
근처의 뤽상부르 공원은 이 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 중 하나다.
아이들은 나무 아래에서 뛰어놀고, 어르신들은 의자에 기대 책을 읽는다. 옆에 있는 매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여행자가 아닌, 잠시 머무는 ‘파리지앵’처럼.











7. 루브르 박물관, 시간과 예술이 만나는 파리의 심장
파리를 여행하면서 가장 오래 머문 장소는 단연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겉핥기식으로 훑고 지나쳤던 다른 명소들과 달리, 루브르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경험을 했다.
모나리자 앞에서 수많은 인파를 뚫고 시선을 맞췄을 땐, 예상보다 작은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이에 놀랐고, 밀로의 비너스 앞에서는 세월을 이겨낸 조각의 생명력에 압도되었다.
고대 이집트 유물관, 중세 유럽 회화, 메소포타미아 조각들까지… 루브르 안에서 나는 세계사의 축소판을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 팁: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면 주요 작품의 역사와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최소 3시간 이상 추천.









해가 지고, 다시 루브르 앞을 찾았다. 피라미드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또 하나의 우주 같았다.
낮에 보았던 수많은 예술 작품과의 만남이, 이 밤의 정적 속에서 마음 깊숙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날 루브르의 마지막 인상은, 눈에 보인 미술이 아니라, 마음에 새겨진 ‘경이로움’이었다.
🌙 야경 포인트: 루브르 박물관 앞 유리 피라미드는 밤 10시 이후가 가장 아름답다. 사람도 적고, 조명이 반사되어 고요한 감동을 준다.


8.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기였다는 걸 깨달은 순간
사실, 며칠 머물면서 파리를 깊이 있게 둘러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파리를 ‘관광지 리스트’를 채우는 여행보다도 느낌을 채우는 시간이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게트를 사서 커피 마시던 여유, 거리를 걷다가 시원하게 마셨던 맥주 한잔, 악명 높은 파리 지하철을 도전해 보았던 것들이 바로 파리의 명품이 아닐까.
다음엔 꼭 더 오래 머물며, 진짜 파리지앵의 아침과 저녁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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