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를 상상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를까? 바다를 배경으로 우아하게 빛나는 영화제가 먼저일까, 아니면 협곡과 석회암 절벽을 따라 흐르는 옥빛 강물이 먼저일까.
내가 마주한 남프랑스는,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다른 얼굴을 지닌 땅이었다. 칸의 반짝이는 도회적인 아름다움과, 베르동 협곡의 숨 막히는 자연미,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무스띠에 생트 마리의 평화로움. 이 모든 것을 한 여행에서 만났다.
🎬 칸, 햇살과 우아함이 흐르는 도시
칸(Cannes)은 그 이름만으로도 화려함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발을 디뎌본 칸은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세련된, '과하지 않은 우아함'의 도시였다.
크루아제트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고급 호텔과 샤넬, 디올 같은 부티크가 즐비하고, 반짝이는 해안선은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정장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는 노년의 신사, 조용히 독서를 하는 청년들까지… 도시 전체가 ‘영화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 여행 팁
- **칸 영화제 시기(5월 중순)**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비수기엔 조용하고 여유 있는 관람 가능.
- 해변가 라 크루아제트 산책로는 아침 산책 코스로 최고. 아침 햇살과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지운다.
🕊️ 무스띠에 생트 마리, 별 아래 멈춰 선 시간
칸에서 차를 몰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곳은 무스띠에 생트 마리(Moustiers-Sainte-Marie). 알프스와 프로방스 사이의 이 작은 마을은 바위산 사이에 꼭 껴 있는 듯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하늘 높이 걸린 ‘황금 별’을 중심으로 마을이 둘러앉은 듯한 이 구조는 정말 독특하고 동화 같다.
별은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기사가 바친 소원이었다고 한다.
돌길을 따라 마을을 오르다 보면 도자기를 굽는 장인의 공방, 시냇물이 흐르는 작은 다리, 그리고 언덕 위의 성당이 이어진다.
무엇 하나 인위적인 느낌 없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마을이었다.
📌 여행 팁
- 마을 위쪽 전망대(성모교회)까지 오르면 베르동 협곡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뷰를 볼 수 있다.
- ‘무스띠에 도자기’는 지역 특산품. 정교하고 귀여운 꽃무늬 패턴이 특징이다. 하나쯤 기념품으로 사볼 만하다.
🌀 베르동 협곡, 야성미가 흐르는 초록의 계곡
무스띠에에서 차로 불과 30분. 산을 휘돌아 내려가다 보면 **베르동 협곡(Gorges du Verdon)**이 펼쳐진다. 에메랄드빛 강물이 깊은 협곡 사이를 흐르고, 양옆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 하나이자, 남프랑스 자연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소이다. 카약을 타고 강 위를 누비는 사람들, 절벽 위 전망대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이들, 모두가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파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여행 팁
- 베르동에서 가장 유명한 액티비티는 보트/카약 체험. 렌탈은 약 1~2시간 단위로 가능.
- 가장 인기 있는 뷰포인트는 Pont du Galetas.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협곡과 강물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 여름철은 물놀이와 액티비티로 붐비니, 한적한 분위기를 원하면 6월 초 또는 9월 중순이 적기.
🌅 남프랑스를 떠올리면, 이제 두 얼굴이 그려진다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보니 내 기억 속 남프랑스는 이제 하나의 이미지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칸의 햇살과 고급스러운 거리, 무스띠에의 잔잔한 종소리, 그리고 베르동의 초록 협곡과 바람 소리.
한쪽은 도시의 정제된 아름다움이었고, 다른 한쪽은 자연이 깎아낸 원시의 위엄이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여행자이자 관찰자로서 남프랑스라는 풍경을 천천히 겹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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