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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살이 준비

침묵은 변화를 만들지 않는다 – 여행자가 차별을 마주하는 법

by 세계살이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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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설렘과 발견의 연속이지만, 때로는 낯선 시선과 차별적 경험을 동반한다. 특정 국가의 여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심사가 길어지거나, 식당에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거리에서 노골적인 시선을 마주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자는 종종 말을 삼킨다.

갈등을 피하고자 하거나, 언어적 제약 때문에, 혹은 그냥 참는 것이 편하다고 느껴서다.

하지만 침묵은 차별을 묻어두는 것이지,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차별은 말해지지 않을 때 가장 견고하게 유지된다.

여행자는 때때로 세계의 경계를 넘는 자이면서도, 차별 구조의 피해자이자 관찰자가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용기 있는 말하기와 인식의 변화이다.


차별은 어디에서 오는가 – 정보적 접근

국제 여행자들이 마주치는 차별은 단순한 개인의 무례함을 넘어, 역사, 제도, 편견의 복합적 산물이다. 몇 가지 일반적인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인종과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
    예: “동양인은 조용하다”, “백인은 부유하다” 등.
  • 국적에 따른 불균형한 대우
    여권의 ‘권위’에 따라 비자 심사나 서비스 질이 달라지는 경우.
  • 언어 능력에 대한 차별
    현지어를 못한다고 무시하거나, 의사소통을 거부하는 태도.
  • 문화적 오해가 편견으로 굳어진 사례
    현지 문화를 모른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반대로 여행자의 문화를 우습게 여기는 태도.

이러한 차별은 여행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내재된 사회적 문제이다. 따라서 그 구조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대응의 기술 – 전문적 관점

1. 감정의 인식과 정리

차별적 경험은 당황스러움을 동반한다. 우선 자신이 느낀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분노, 불쾌함, 모욕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이를 억누를수록 표현은 어려워진다.

2. 적절한 표현의 연습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비폭력적 의사소통(NVC) 기술이 유용하다. 예를 들어, “그 말은 제 문화에서는 무례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은, 상대방의 방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3. 기록과 공유

직접적인 대면이 어렵다면, 차별 경험을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방법이다. 이는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여행 문화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침묵하지 않는 태도 – 철학적 접근

침묵은 때로 현명한 선택처럼 보인다. 특히 낯선 땅에서,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볼 때, 표현하지 않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질 위험이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말해지지 않은 것은 권력에 속한다”고 말한 바 있다. 차별도 마찬가지다. 말해지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문제로 인식되지 않으며, 사회는 개선되지 않는다.

여행자는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주체이다. 여행 중의 말하기는 개인의 감정 해소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적 관계와 문화적 상호이해를 위한 실천이다.


작은 말하기가 만드는 큰 변화

한 여행자가 식당에서 인종차별적 농담을 들은 뒤, 정중히 “그런 말은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 일이 있었다. 상대방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사과했고 상황은 부드럽게 마무리되었다. 또 다른 여행자는 그런 경험을 블로그에 올렸고, 수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며 차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었다.

이렇듯 한 사람의 목소리가 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된다. 모두가 외면할 때 말하는 사람은, 불편함을 넘어 진짜 여행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마무리하며 – 말해야 세상이 보인다

여행자는 이동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관찰자이며 전달자이다. 불편한 경험을 숨기지 않고 기록하고 표현할 때, 그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사회적 의미와 윤리적 책임을 지닌 여행이 된다.

침묵은 이해를 낳지 않는다. 침묵은 변화를 만들지 않는다. 이제는 말해야 할 때이다. 말해야, 세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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