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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살이 준비

낯선 시선 속에서 – 여행자가 겪는 인종차별의 현실

by 세계살이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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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나 자신이 '풍경 속의 이방인'이 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처음 발을 디딘 도시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유난히 오래 머무를 때, 웃으며 인사한 상대가 무표정으로 지나칠 때, 혹은 식당 입구에서 이유 없이 입장을 거부당할 때—그 순간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여행자가 겪는 인종차별의 현실

일상 속 인종차별, 그것은 종종 조용히 다가온다

여행 중 겪는 인종차별은 대부분 노골적이지 않다. 오히려 무심한 태도나 미묘한 거리감, 반복되는 의심의 눈초리처럼 은근하게 드러난다. 유럽의 어느 공항 검색대에서 유독 내 가방만 여러 번 검사받았을 때, 동남아의 한 숙소에서 현지인 커플에겐 방이 있다며 웃으며 맞이하면서도 나에겐 '예약이 없다'며 돌려보내던 순간. '기분 탓인가?' 싶다가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그저 우연이라 넘기기엔 무언가 남는다.

차별은 ‘나’를 향하기도, ‘내가 아닌 사람들’을 향하기도 한다

인종차별의 경험은 꼭 내가 직접 당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길에서 함께 걷던 아시아계 친구가 아무 이유 없이 경찰에게 제지당하거나, 흑인 여행자가 식당에서 끝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면을 본 적도 있다. 그럴 때면 나 역시 침묵 속의 공범이 되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이 인다.

이방인이라는 정체성, 불편함과 통찰을 동시에 남기다

인종차별을 겪고 나면,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라는 자기 검열이 시작되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경험은 나의 ‘자기 인식’을 깊게 만든다. 내가 속한 문화와 인종이 어떤 맥락에서 받아들여지는지, 내가 무심코 넘겼던 편견을 스스로는 얼마나 갖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불편한 경험을 배움으로 전환하는 법

여행자는 어느 나라에서든 ‘잠시 머무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의미 있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조용히 불편함을 표현하는 용기, 혹은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터넷 후기나 숙소 리뷰에서 그런 경험을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이 다음 여행자에겐 중요한 정보가 된다.

여행자는 세계의 거울을 마주하는 사람이다

인종차별은 단지 타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 경험은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내가 ‘나와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누군가의 시선이 불편했던 만큼, 나는 내 일상 속에서 다른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자문해 보게 된다. 결국 여행은 나와 세계를 동시에 배우는 과정이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어떤 결론을 내리려는 시도보다, 낯선 시선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인종차별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 존재하지만, 여행자는 그 속에서 이해와 연대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경험을 나누고, 목소리를 더한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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