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제국의 심장, 쿠스코(Cusco).
많은 이들이 마추픽추로 향하기 위해 쿠스코를 ‘경유지’로만 스쳐 간다. 그러나 쿠스코는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될 도시다.
해발 3,400m, 고산지대의 찬 공기 속에서 잉카 문명과 스페인 식민지 문화가 절묘하게 얽혀 있는 이곳은, 마추픽추 여정을 시작하기에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전초기지다.
특히 중장년층 여행자라면 더더욱 ‘머물러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이 글에서는 왜 쿠스코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고산병 예방, 쿠스코는 적응의 시간
마추픽추 자체는 해발 2,400m지만, 그전 단계인 쿠스코는 해발 3,400m다. 고산지대에 갑작스럽게 도착하면 두통, 어지러움, 식욕 부진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이나 평소 심폐 기능이 약한 사람은 반드시 적응 시간을 하루 이상 확보하는 것이 좋다.
쿠스코에 며칠 머물면서 천천히 걷고, 물을 자주 마시고, 코카차를 마시며 몸을 고산에 맞춰가는 것.
이것이 마추픽추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2. 쿠스코 자체가 살아있는 유적지
잉카의 옛 수도였던 쿠스코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돌을 깎아 쌓은 거대한 성벽, 고요하게 세월을 품은 성당들, 인디오와 유럽이 겹쳐진 색감들. 쿠스코는 한 걸음마다 역사가 흐르는 도시다.
-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고대 잉카 제국의 중심지이자, 지금도 쿠스코 사람들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곳
- 12각 돌(Stone of Twelve Angles): 잉카 석조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돌
- 산토도밍고 성당: 잉카의 태양신전 위에 세워진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상징
걷기만 해도 역사와 예술이 교차하는 그 감동, 마추픽추 못지않다.
3. 페루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
쿠스코는 마켓과 길거리, 사람들 모두가 페루 전통문화의 축소판이다.
매일 다른 색으로 빛나는 산페드로 시장, 전통 복장을 입은 할머니가 파는 코카잎, 산악지대 특유의 알파카 니트까지.
또한 중장년층 여행자가 좋아할 만한 공예품, 수공예 목도리, 천연 허브차 등이 많아 쇼핑 재미도 쏠쏠하다.
4. 여유로운 여행, 감성 충전의 시간
마추픽추를 향한 여정은 자칫하면 빡빡한 일정이 되기 쉽다.
쿠스코에서 며칠을 보내며 여유로운 호흡으로 걷고, 현지의 카페에서 멍 때리며, 시장 골목을 느릿하게 걸어보자.
여행은 이동이 아니라, 머무름의 가치에 있다.
쿠스코는 그 머무름을 제대로 선물해 주는 도시다.
5. 마추픽추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전초기지
쿠스코에 머무르며 인카 문명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면, 마추픽추에서 느끼는 감동은 배가된다.
쿠스코의 사크사이와만 요새, 코리칸차(태양신전) 같은 유적은 마추픽추의 퍼즐을 완성하는 중요한 조각이다.
마추픽추만 보는 여행은 단편적인 감동이지만, 쿠스코부터 경험한 여행은 입체적인 감동이 된다.
마무리하며
쿠스코는 마추픽추를 위한 준비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여행지다.
여기서 몸도 적응하고, 마음도 풀고, 잉카의 정신을 가슴에 품고 나아간다면, 마추픽추는 더 깊이 다가올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쿠스코에서의 며칠.
그 시간은 나의 남미 여행을 훨씬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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