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퍼에서 밴프까지, 아이스필즈 파크웨이에서 생긴 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 길.
제스퍼에서 밴프로 이어지는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는
캐나다 로키의 심장을 관통하는 230km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푸르른 빙하와 눈 덮인 봉우리, 수십 개의 에메랄드빛 호수들이 차창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날은…
우리는 그 모든 아름다움을 마주하고도
단 한순간도 그것들을 마음에 담을 수 없었다.
❄️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차 안의 침묵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긴 여행 중에 반복되던 사소한 말다툼이, 결국 폭발해 버렸다.
차 안은 삐걱거렸고, 라디오는 꺼졌으며,
우리 둘 사이엔 설산보다 차가운 공기만 감돌았다.
여기서 여행을 끝낼 수도 있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아름다운 풍경들을 즐길 수가 없었다.
빙하가 흐르는 아사바스카 강 옆을 지나면서도,
빙하호인 말린 레이크에 가서도 각자 사진을 찍었고,
눈은 열려 있었지만, 마음은 닫혀 있었다.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도
마음이 지옥이면 창밖도 무채색이었다.
🍃 조용한 화해, 그리고 천국이 된 길
어느 지점에서였을까.
길 한편, 차를 멈추고 내려서 마주 앉았다.
말없이 바라보던 산맥들이, 그 웅장한 고요가
서로의 자존심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미안해”하면서 먼저 손을 잡아 주었다.
며칠 동안 말다툼에 입은 상처가 그 한마디에 사르르 녹으면서
서러움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행복한 여행자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밴프에서 제스퍼를 드라이브했다.
같은 풍경, 다른 느낌!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것을 함께 즐기니 행복은 몇 배로 상승했다.
얼마나 많은 호수가 있는지를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풍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두 사람이 되었다.
🌄 여행은 결국, 함께 겪는 감정의 산맥
감탄사만 나오는 아이스필즈 파크웨이의 그 놀라운 풍경도
마음이 지옥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아름다운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여행은 늘 사진처럼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풍경보다 감정이 더 큰 파도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로키 마운틴의 심장을 가로지르는 그 길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누구와 여행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과 눈을 맞추는 순간이, 어떤 전망대보다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마음이 열려 있을 때 비로소 풍경도 진짜 얼굴을 보여주니까.
🌿 아이스필즈 파크웨이 로드트립 황금기: 6월 중순 ~ 9월 중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시기는 바로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대략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 사이다.
이 시기에는 도로가 완전히 개통되고, 대부분의 트레일과 관광지 접근이 가능하다.
6월 중순~7월 초: 고지대에 잔설이 남아 있어 설산과 야생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시기.
7월~8월: 날씨가 가장 안정적이며, 도로 상황이 좋고 캠핑장과 뷰포인트도 활기찬 분위기.
9월 초~중순: 단풍이 시작되고, 관광객은 줄어들며 조금 더 고요하고 낭만적인 로드트립이 가능하다.
🛣️ 아이스필즈 파크웨이 드라이브 시 주의할 팁
1. 주유는 미리! (연료 체크 필수)
- 도로 중간에는 주유소가 거의 없음.
→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혹은 **제스퍼(Jasper)**에서 가득 채우고 출발할 것.
→ 중간에 있는 **사스캐처원 크로싱(Saskatchewan Crossing)**에 주유소가 있긴 하지만, 가격이 훨씬 비쌈.
2. 인터넷·신호 없음
- 대부분 구간에서 휴대폰 신호가 안 잡힘.
→ 구글 맵 오프라인 저장 필수.
→ 긴급 상황 대비 간단한 응급 키트나 종이 지도 준비해두면 안심.
3. 야생동물 조심
- 곰, 엘크, 산양, 코요테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도로에 나타남.
→ 속도는 제한속도 준수, 급정거 주의.
→ 동물 발견 시 멀리서 보기만 하고 가까이 다가가지 말기.
4. 기후 변화에 대비
- 날씨가 짧은 시간에도 급변함.
→ 얇은 옷부터 방수 바람막이, 따뜻한 옷까지 레이어드 준비.
→ 6~9월이 가장 안정적이지만, 갑작스러운 눈·비 가능성 있음.
5. 볼거리 많다고 급정차 금지
-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멈추고 싶을 수 있음.
→ 도로 옆에 지정된 **전망대(Pullover/Lookout Point)**나 주차 공간 이용.
→ 갓길 정차는 위험함.
6. 하루 코스로는 빡빡할 수 있다
- 중간중간 볼거리가 매우 많고, 사진 찍을 곳도 많음.
→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1박 2일 일정을 고려해도 좋음.
→ 중간에 있는 아이스필즈 센터(Icefields Centre), 애서배스카 폭포, 보우 호수, 페이토 호수는 꼭 들를 가치가 있음.
7. 국립공원 입장권 필수
- 이 구간은 밴프·제스퍼 국립공원 안이므로,
→ **파크 패스(Parks Canada Pass)**를 구매해 차량에 부착해야 함.
→ 온라인, 공원 입구, 혹은 레이크 루이스·제스퍼에서 구매 가능.
'북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기 좋은 도시 '밴쿠버'에서 도시와 자연 제대로 누려보기 (2) | 2025.05.23 |
---|---|
밴프 느리게 즐겨보자: 걷고, 멈추고, 바라보기 (3) | 2025.05.22 |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 할 미국 국립공원 3곳: 크레이터, 티턴, 옐로우스톤 (0) | 2025.05.20 |
샌프란시스코에 마음을 두고 온 사람처럼... 금문교와 피어, 그리고 나파밸리 (7) | 2025.05.19 |
여기 지구 맞아? 미국서부 그랜드 서클 8곳 추천 경로와 꿀팁 (4) | 2025.05.18 |